"뭐하냐?" 간만에 대중목욕탕에 같이 갔다. 요즘 웬지 모르게 찌뿌드드하다는 소릴 한두 번 하길래 싫다는 놈을 억지로 끌고 갔다. 싫다고 안 간다고 버팅기던 녀석은 뜨거운 물 속에서 참 오래도 들어앉아 있었다. 무슨 참을성 대마왕도 아니고. 말간 땀을 줄줄 흘리면서도 나오질 않아서 태진은 포기하고 먼저 나와서 비누칠도 하고 머리도 감았다. 그거까진 좋았다....
며칠 뒤에 종일은 정태에게서 문자를 받았다. 레스토랑에서 퇴직처리 되었고, 퇴직금을 입금했다는 문자였다. 준성이 아닌 정태가 그런 문자를 보냈다는 게 이상했다. 아니나다를까. 종일의 입장에선 엄청난 돈이 입금되어 있었다. 머릿 속이 화끈 달아올랐다. 정신이 들기도 전에 손가락이 준성의 번호를 누르고 있었다. "이거 뭐에요." 준성이 인사를 하기도 전에 종일...
첫 면접이 다음날이라고, 오늘은 일찍 집에 올 거라고 하고 나갔던 종일이 돌아오질 않았다. 연락도 없었고 전화를 받지도 않았다. 무슨 일이라도 생겼겠지, 그렇게 생각하려고 했는데 이상하게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태진은 인터넷을 뒤져서 레스토랑으로 전화를 걸었다. 어떤 남자가, 이준성인가 하는 그 사장 자식은 아니었는데, 전화를 받았다. 하지만 종일은 이미 ...
이것은, 밀당인가? 별로 복잡한 적이 없던 머릿 속이 꼬였다. 요즘 어린애들이 연애하기 전에 탄다는 썸, 그 썸을 타기 위해서 거치는 필수과정이라는 밀고당기기라는. 그런 시시껄렁한 이야기를 들어본 적은 있었다. 임동규도 21세기 한국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아무리 야구 이외에는 관심이 없다고 하더라도, 누굴 좋아하게 되거나 반대로 누가 고백을...
커다랗고 따뜻한 손이 종일의 손을 감싸잡았다. "걸을 수 있대. 종일아. 내 말 듣고 있어? 내가 한 체력 하쟎아. 사진 다시 보더니 그렇게 절망적이지 않다더라. 응? 응?" "나 갈란다." "어허이," 손을 다시 꽉 쥐어왔다. 눈이 마주쳤다. 태진은 웃고 있었다.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나 좀 행복하다 종일아." "칼 맞고 병원에 누운 놈이," "니가 ...
"제가," 종일은 숨을 한 번 쉬었다. "지금 가겠습니다. 꼭 서면으로 해야 하나요?" "아무튼 빨리 오세요. 최대한 빨리." 종일은 직원실로 달려가서 가방과 겉옷을 챙겼다. 나오다가 다른 직원과 부딪쳤다. 종일아? 너 뭐, 가는 거야 뭐야? 저, 급한 일이, 종일은 말을 끝맺지 못하고 달려나왔다. 다행히도 나오자마자 빈 택시가 잡혔다. 응급실이라는 말을 ...
"저 녀석을 다시 보겠다고?" 준성은 귀를 의심했다. "너 그게 무슨 말이야?" "제 개인적인 일이에요." 준성은 움찔했다. 그만큼 종일의 어세가 강했다. 당신이 무슨 자격으로, 대들던 태진과는 달리 냉정한 얼굴이었다. "네가 지금, 어려서 판단을," "......" 종일의 표정이 더 냉랭해졌다. "그만 하셨으면 좋겠는데요." 아차 싶었다. 준성은 머리를 ...
어머니가, 오셔서요. 정태의 목소리는 우물쭈물하면서도 동시에 다급했다. 석윤이가 모시고 왔어요 형님. 그 말을 듣는 순간, 잘못 들은 줄 알았다. 내가 내 마음을 안 것도 며칠 안됐는데, 어떻게 석윤이가? 그러다 깨달았다. 그냥 넘겨짚은 것이다. 아니 넘겨짚은 것도 아니다. 석윤은 그냥 구실이 필요했을 뿐이다. 종일을 맞추기 위해 마구잡이로 던진 돌이 실은...
"왜 울고 있어." 간신히 목소리를 쥐어짰다. 그는 집안으로 성큼 들어섰다. 종일은 어리둥절해서 이게 꿈인지 현실인지 분간이 안되는 모양이었다. 손수건을 꺼내서 땀과 눈물에 젖은 얼굴을 닦아주었다. 멍하니, 그를 바라보던 종일이 흑, 하고 놀란 숨소리를 내며 그의 손을 밀어냈다. "어, 어떻게," 꽉 잠긴 목소리였다. "아프다고 해서. 문이 열려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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